유난히 슬펐고, 힘들었으며, 늦은 점심을 편의점 햄버거로 먹었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1년 반의 시간 동안 힘들었던 그 일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었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동행한 형과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어도 점점 결과가 다가오는 그 시간이 두려우면서도 기대되었고, 큰 기대 없이 담담했지만 설레기도 했습니다. 물론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고, 마음 한편으로는 아니길 바랬던 그 결과가 나왔고, 애써 담담한 척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그 마음 한편은 허기에 찬 배만큼 허전했습니다.
동행한 형이 사는 동네 역촌.
몇 년 사이 은근 자주 갔으며, 항상 새로운 가게를 방문하였지만 아직도 못 가본 가게가 많은 참으로 먹을 곳이 많은 지역입니다.
주차를 하고 안내해준 고깃집. 인테리어는 일반 고깃집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던 평범한 곳이었습니다. 요즘에는 나름 인테리어도 신경을 많이 쓰는 프렌차이점의 고깃집들이 많았지만 이곳은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방문하여 맛있게 고기를 즐길 수 있는 고깃집이었습니다.
국내산 생삼겹살인데도 가격은 비싸 편은 아니었지만, 고기를 시키면 기본 찬과 함께 작은 항아리에 배추김치가 담아져서 나옵니다. 거기에 약간은 심심한 맛의 된장찌개가 나오면 상이 완성됩니다.
고기를 먹을 때 기름장과 쌈장을 즐겨 먹는 저에게는 심심한 맛의 된장찌개가 아주 맛있었습니다. 어쩌면 짠맛에 길들여진 저에게는 된장찌개가 조금은 그 입맛을 누그러뜨려 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불판이 달구어졌고, 고대하던 삼겹살을 올렸습니다. 밖에 비가 오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귀에는 시원한 비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치이이익~~~
오로지 시선은 익어가는 삼겹살을 바라보면서 제발 한 점이라도 빨리 익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기가 익어 갈 때쯤 채워진 소주잔을 부딪히며 오늘의 노고를 위로하는 둥 마는 둥... 형의 젓가락은 이미 삼겹살을 향해 갔고, 아직 사진을 찍지 못했던 저는 소중한 삼겹살이 없어질까 봐 허둥지둥 사진을 찍었는데... 악!! 저놈의 젓가락!! 차마 화는 못 내겠고, 첫 삼겹살 한 점은 형의 입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삼겹살 한점 때문에 10년의 우정을 깰 수 없으니 그냥 넘어가야지요
삼겹살의 느끼함과 김치의 짭조름하고 매콤한 조화는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그리고 쌉싸름한 소주 한잔이면 이 최고의 음식을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들어주게 됩니다.
대화를 하며 비어 가는 소주병에 또 한 번의 삼겹살 추가를 외치며 우리는 길고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언젠가 나의 하루가 고단하고 힘든 날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를 먹으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그 하루도 내 인생의 또 한 번의 행복한 시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맛의 평가는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니 참고만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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